(에너토피아)양수발전이냐 vs ESS냐
전력안정화 보완책 자리싸움, 최후의 승자는?

“섬세함과 안정성을 내세운 양수발전이냐, 간편하고 R&D가 활발한 ESS냐.”
전력 공급 안정화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전력 주파수 조정 능력이 있는 발전 및 에너지저장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이 활발해지면서 이로 인한 전력 주파수 불안을 보완할 수 있는 양수발전과 ESS는 역할 범위를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ESS와 양수발전은 충․방전이 가능해 첨두부하를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다.
원전 등 대용량 발전소의 고장 등으로 전력 계통이 급격히 불안정해질 경우 전압과 주파수 조절을 통해 전력계통의 안정, 고품질의 전력을 생산․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불완전한 에너지믹스 구조의 보완책 자리를 두고 ESS와 양수발전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SS가 수력양수의 역할을 대체하면 막대한 발전소 건설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 좀 더 활발한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는 ESS 업계와 “기술개발 수준이 미미한 ESS와 수력양수의 역할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수력양수 옹호 진영은 새로운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비교대상이 되며,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ESS는 양수발전 이상의 역할을 하는 신산업”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전력 공급 안정화,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녹색 분야의 핵심 기술로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신산업 분야 중 하나다.
ESS는 경부하 시 유휴전력을 저장하고 과부하 시 전력을 사용함으로써 첨두부하 분산을 통해 발전소 건설비∙송전선 설치비 등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 예비율을 높여 여름과 겨울철의 전력 피크에 대규모 정전 사고 등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 출력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고품질 전력으로 변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과 동시에 실시간 전력 거래가 이루어지는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ESS로 양수발전을 대체해 수요반응 자원과 예비력 제공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SS가 양수발전을 대체하게 된다면 양수발전건설에 필요한 부지확보의 어려움과 천문학적 규모의 건설비용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수발전을 위해서는 발전소보다 충분히 높은 위치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자연호수 또는 인공호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입지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ESS 업계는 오히려 ‘양수발전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SS의 용도는 ▲주파수조정 보조서비스 ▲신∙재생에너지원의 불규칙한 발전출력 보정 ▲비상용 발전기 대체 ▲양수발전 대체 등으로 분류되는 만큼, ESS 산업을 적극 양성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양수발전 대체로 인한 이득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ESS는 아직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아서 보급이 더딘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미래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구상, 2020년까지 세계 시장 30% 점유를 목표로 기술개발과 실증, R&D 인프라 구축, 제도적 기반 구축 등의 전략과제를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효율․경제성 부문, 양수발전 따라오기엔 역부족”
ESS와의 비교에 양수발전은 ‘시기상조’라는 말로 대응한다. ESS가 과연 양수발전만큼의 용량을 커버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냐는 것.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양수발전 설비용량과 연간발전량은 각각 4700MW, 3634GWh로 전체 설비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7%, 0.8% 수준이다.
이제 막 개발단계인 ESS로 양수발전이 담당하는 전력생산 비중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십 년의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올해부터 발전출력 조절이 어려운 원전과 석탄발전 등의 설비가 확충되면서 6000MW 이상의 설비용량이 추가로 필요한데, ESS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한 형태로, 야간이나 전력이 풍부할 때 펌프를 가동해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해 발전한다.
일반적인 수력발전소의 발전전력량은 연간 강수량과 자연유량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양수방식을 사용하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자연유량으로 대규모의 발전을 할 수 있는 지점은 이미 대부분 개발됐고, 전력의 수요는 날로 증가되는 가운데 양수발전의 필요성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또 대형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항상 일정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야간의 값싼 잉여전력을 이용해 양수를 했다가 주간에 발전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유리하다.
양수발전소는 타 발전방식에 비해 기동 정지 시간이 짧고 용이해 급격한 부하변동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2011년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3분이면 최대 전력 생산이 가능한 전국 양수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해 순환정전의 범위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5분 특공 대기조라고 불리는 이유다.

◆예상할 수 없는 승부, 관건은 ‘경제성’
ESS와 양수발전이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보안책 자리를 두고 다투고는 있지만, 어느 쪽의 우세를 점치기는 어렵다.
ESS와 양수발전은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은 ESS와 비교해 건설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건설지역이 한정돼 있고 생태계 단절 등의 환경파괴 위험이 있다는 것도 경제성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수요자에게 멀어 전력손실이 크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물 자원의 불균형에 따른 발전량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제한적인 것이다. 특히 양수발전의 경우,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해 물의 위치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의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순 발전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수명이 50~100년으로 길고,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적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는 사용하는 내내 배터리 비용으로 막대한 유지관리비용을 써야하는 ESS 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양수발전소는 청평(20만kW 2기), 삼랑진(30만kW 2기), 산청(35만kW, 2기), 양양(25만kW, 4기), 청송(30만kW, 2기), 예천(40만kW, 2기)에 있으며, 총 470만kW의 전력을 생산한다.
현재 ESS(10kWh) 배터리 가격이 35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양수발전 수준을 따라가려면 수억원대의 배터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용량 ESS 개발 가능성과 보관 장소, 아직까지 불안한 기술 등도 ESS 업계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전력업계 한 전문가는 “전력계통 안정화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양수발전과 ESS의 중복되는 역할과 관련된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각각의 특성이 분명한 만큼,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작성 : 2015년 09월 16일(수) 11:14
게시 : 2015년 09월 18일(금) 09:19

이진주 기자 jjlee@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