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PO 2016]“미래시장 변혁 이끌 테마 ESS･전기차･자가주행･태양광”

토니 세바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에너지신산업의 미래 특별강연

시장에서는 경영환경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유능한 내부 전문가들이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인용하는 예가 1980년대 중반의 AT&T라는 기업이다. 당시 이 회사는 맥킨지를 고용해 15년 후(2000년)에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를 조사했고, 90만명 정도를 예측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0년 당시 1억90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120배 가까이나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왜 이런 잘못된 예측이 발생하는가. 시장을 선도하는 ‘스마트’한 기업에 근무하는 ‘스마트’한 전문가가 왜 시장을 다르게 전망하는 것일까.
이는 오늘날 보여지는 변혁의 모델이 과거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기술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명한 예가 ‘무어의 법칙’이다.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모든 기업들이 무어의 법칙에 근거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데이터 저장기술을 보면 18개월마다 50% 향상되고 있고 디지털 이미지의 단위당 픽셀은 연간 59%, 네트워크 용량은 9개월에 50%씩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어야 우리는 변화를 따라갈 수 있다.
기술 혁신과 더불어 상품의 혁신도 시장의 판도를 급격하게 바꾸는 변수가 된다.
미래 시장 변혁을 이끌 테마로 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차, 자가주행, 태양광을 지목한다.
이 네 가지는 상호 결합하는 과정에서 상승효과를 일으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조합이 될 것이다.
저장장치의 경우를 살펴보면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해마다 14% 정도의 가격 하락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배터리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삼성 SDI나 LG화학 등이 배터리 메가팩토리가 생기고 있으며 2020년까지 12개 이상의 메가팩토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가파른 곡선을 만들어 낼 것이다.
사업모델의 혁신도 상품혁신 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예측컨대 2020년이 되면 한 달에 36.8달러, 하루에 1.2달러면 가정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기술 덕분이다. 이는 기존의 전력회사들의 위기가 될 것이다.
뉴욕의 예를 들어보면 현재 발전자산의 32%가 ‘피크’를 위해 사용된다. 단순히 몇 시간 동안의 전력 사용을 위해 전체의 1/3 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가 되면 더 이상 피크를 위해 발전소를 짓는 일이 없을 것이다. 저장장치의 혁신 때문이다. 에너지저장장치는 각 가정과 빌딩, 공장, 창고 등 우리 생활 모든 곳에 연결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전기자동차가 정말 변혁적인가. 전기모터는 내연기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5배나 높다. 엔진이 17~21%의 효율을 보이는 반면 전기모터는 90~95%의 효율을 낼 수 있다. 더구나 연료비는 10배나 싸다.
자동차는 내부 부품이 2000개가 넘는 반면 전기차는 18개 내외의 부품으로 만들 수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구매하면 무제한 주행거리 보증을 해준다는데 일반 자동차가 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가.
문제는 시점이다. 마치 필름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로 대체됐듯이 202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중심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가격은 3만달러에서 2만2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5년이면 자가용과 버스, 트럭 등 모든 신규 차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다. 디젤과 가솔린 시장에 관계하고 있다면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
테슬라가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3만5000달러, 215마일 주행거리의 전기차가 하루만에 18만대나 선주문이 들어갔다. 모두 팔았다면 하루 만에 6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금융부분에서도 테슬라가 4억달러의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하고 있는데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은행이나 금융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펀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충전도 마찬가지다. 현재 닛산과 테슬라가 무료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광고를 하는 댓가로 무료 충전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들이지 않고 충전을 하면서 운전을 한다. 차량의 유지비용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디지털카메라의 사례와 마찬가지다. 필름을 사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제로마진이 변화를 불러 왔듯이 전기차도 그렇게 될 것이다.
전기차는 가정과의 연계도 좋다. 디젤을 타는 사람이 집이 춥다고 디젤로 가정에 난방을 할 수 있나? 하지만 전기차는 가정 난방이 가능하다.
한국의 모든 전기차라면 그리드(계통망)을 제외하고 75%의 국내 전기수요를 전기차 배터리가 감당할 수 있다.
태양광 역시도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1978년 100달러선에 형성되던 단위당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오늘날 40센트까지 떨어졌다.
태양광 PV 시장 규모는 2000년에서 2015년까지 15년간 41% 상승했고, 시장은 174배로 커졌다. 앞으로로 3~4년간 최소 15%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 기술의 지속적인 성장은 태양광 발전비용이 송전비용보다 적게 드는 ‘비용 0원’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에너지저장장치와 마찬가지로 모든 가정과 빌딩, 공장에서 태양광발전을 하게 되는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앞서 우리가 뉴욕 거리 한복판에서 홀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찾았던 사진처럼, 우리가 지금 거리에서 가끔 만나는 전기자동차가 거리를 뒤덮는 날이 멀지 않았다. 미래 에너지 시장은 순식간에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작성 : 2016년 11월 03일(목) 07:37
게시 : 2016년 11월 04일(금) 09:12

조정훈 기자 jojh@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