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 착공 '초읽기'
일단 ‘긴 터널’ 지났지만… 경제성･민원에 다시 갇힐 수도
경제성 확보 위한 REC 가중치 의견차 여전
고창·부안 어민, 연합체 성격 비대위 창립 등

(편집자주)
서남해 해상풍력 조성 사업이 긴 터널을 지나 드디어 착공을 눈 앞에 뒀다. 착공을 위한 준비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에서 착공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6년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해안가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조성되는 대규모 해상풍력이라는 점에서 국내 풍력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업 참여 기업의 트랙레코드 확보를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도 기대된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성, 민원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사업 착수 6년만에 실증사업이 첫 삽을 뜨면서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증사업은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의 1단계에 불과하다.
전북 부안군 위도 남동쪽 해상에 총 3단계에 걸쳐 대규모 해상풍력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1단계 실증단지는 해상 테스트베드 구축의 역할이 목적이다. 60MW 규모의 발전단지 조성이 계획돼 있으며, 총 4600억원이 투입된다. 400MW 규모 풍력발전기가 조성되는 2단계 시범단지에는 2조원이 투자될 예정이고, 3단계 확산단지는 총 10조원을 투입해 2GW를 설치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2단계 사업은 트랙레코드 확보, 3단계 사업은 대규모 단지 개발이 목표다. 1단계 실증사업과 비교해 단지규모나 투자금액이 크기 때문에 계획대로 착수되기 위해선 그간 제기됐던 문제점의 해결이 중요하다.

◆경제성 확보 위한 REC 가중치 의견차 여전
무엇보다 2, 3단계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경제성이 중요하다. 1단계 사업에서도 총 사업비의 절반인 2300억원은 한전, 한수원,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이 자기자본형태로 출자했지만 나머지 2300억원은 외부 조달이 필요하다. 이번 실증단지 착공에는 우선 풍력발전기 3기가 들어가지만 나머지 17기의 발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해상풍력은 두산중공업에 제품 발주를 낸 상태다. 금융조달이 제 때 되지 않으면 사업이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해상풍력에 대한 REC 가중치다. 현재 정부는 삼정KPMG에 용역을 맡겨 내년부터 적용되는 REC 가중치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풍력의 REC 가중치에 대해선 그동안 정부와 업계간 온도차가 존재해왔다. 정부는 육상풍력보다 해상풍력에 투입되는 비용이 2배 정도이므로 REC도 그 수준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업계는 단순 비용 이외에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육지에서 5km 떨어진 해상풍력에 적용되는 REC 2.5는 대출이자, 보험료, O&M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 수준으로는 경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해풍 관계자도 “서남해 해상풍력의 투자수익률 목표가 6.5%였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REC 가중치가 4.0은 돼야 한다”며 “경제성이 없으면 다음 사업 진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정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산업부는 매 3년마다 RPS제도 운영관리지침 개정을 통해 REC 가중치를 손질할 수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지난 2014년까지는 REC 2가 적용됐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의견에 따라 초기 5년 2.5, 이후 10년 2.0, 이후 1.5를 적용하는 변동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REC 상향이 국민 세금으로 전가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가 주도로 진행되는 서남해 해상풍력에 별도 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비롯해 침체된 조선산업 살리기에도 대규모 해상풍력이 기여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한 전문가는 “국책사업의 중요성과 상징성, 규모를 감안해 타 민간주도 해상풍력과 분리하면 다른 REC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REC가 3.5 이상으로 결정되면 PF는 물론 참여기업 확대를 통한 풍력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 수용성, 여전한 걸림돌
해상풍력은 넓은 부지와 바람자원이 필요한 육상풍력의 대안으로 꼽힌다. 바다는 육지에 비해 낮은 위치에서도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먼 바다로 갈수록 바람의 세기도 커지기 때문에 대용량의 풍력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해안과 10k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소음이나 시각적 위압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한해풍 관계자는 “해상풍력 제작, 건설, 운영과 연계된 산업이 유치돼 고용창출 등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상품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며 “특히 해상풍력 설치와 운영을 위한 기반조성에는 수많은 분야의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상풍력단지 인접지역의 산업체, 연구단지, 교육기관 등 공급망 전체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남해 해상풍력은 여전히 주민들의 민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23일에는 전북 부안, 고창 어민이 손을 잡고 연합체 성격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고창과 부안 앞바다는 천혜의 자연어장으로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수산자원의 보고이며 주요 어종의 회유장소로서 수산업을 유지하는 근간”이라며 “그 누구도 이를 훼손하거나 탐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아무런 소통없이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은 굴착공사시 발생하는 대량의 부유사로 인해 해저지형의 변형을 가져올 것”이라며 “풍력단지 운영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역시 해양생물의 생체기관을 교란시켜 결국 생태계의 파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창과 부안 어민들은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이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도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이봉순 한해풍 사장은 “지역 어민들의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해상풍력은 현재 지역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외부 용역기관을 통해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피해가 확인되면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상풍력 건설이 어업구역을 축소하고 바다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에는 사업지역의 변화될 특성을 반영한 신형어초를 설치해 굴, 미역 양식을 진행해 수확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사례에서는 해상풍력 건설 전후의 모니터링 결과 어족자원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풍력터빈 기초 주변에 해산자원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증가해 부착생물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어류도 증가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해상풍력단지에서 공사 전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풍력구조물이 어초기능을 하거나 부착생물의 군집을 형성하는 사례가 관측됐다.
이와 관련 한전 전력연구원은 한국해상풍력과 함께 해상풍력발전소 구조물을 이용한 양식장 조성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해상풍력단지 공간을 에너지 생산 뿐만 아니라 수산업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 이번 실증사업의 골자다.
전력연구원은 서남해 해상풍력 예정부지인 전라북도 고창군 인근 해역에 6ha 규모의 플랫폼 조성을 완료하고, 향후 해양구조물 지지대 주변에 수산자원 인공어초를 설치해 복합 양식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제 해양생태계가 조성되는 상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해상풍력단지에서 양식장 조성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개발의 결과가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전체에 확대 적용돼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고, 에너지와 다른 산업간 융복합 개발로 지역사회가 함께 동반성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작성 : 2017년 04월 06일(목) 10:57
게시 : 2017년 04월 10일(월) 14:24

박경민 기자 pkm@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