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전기차, ESS 등 보급 활발, 배터리 산업 전망 밝아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의 가격하락이 지속되면서 배터리가 연관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필요한 소형 배터리 못지않게 중형, 대형 배터리의 활용도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자동차와 에너지라는 거대한 시장의 신규 사업으로 각광을 받는데, 이 사업의 주도권을 배터리가 쥐고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는 65.1GWh에 달했다.

이처럼 배터리 활용이 많아진 건 가격하락이 가속화된 덕분이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성능이나 부피면에서 다른 배터리보다 장점이 있지만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은 kWh당 384달러로 하락했고, 2020년이면 kWh당 100달러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대량공급체계가 갖춰지고, 기술개발도 함께 이뤄진 것.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 ESS 시장에서 앞으로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경우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의 문제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 한 대당 필요한 리튬이온배터리는 20~30kWh 수준이고, 테슬라의 모델S는 최대 100kWh까지 탑재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의 50~60%를 배터리가 차지하는 만큼 전기차가 팔리면 팔릴수록 리튬이온배터리 공급량도 증가한다.

전력산업에서도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기술로 꼽히는 ESS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보급할수록 전력 품질을 높이고 전력망을 안정화시킬 방안이 필요한데 ESS가 그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태양광 발전과 ESS를 연계할 경우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0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태양광 발전과 ESS 연계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ESS에 저장한 전기로 대응하는 피크저감용으로도 제격이다. 기존에는 최대 부하를 기준으로 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ESS를 피크저감용으로 활용하면 발전소를 덜 지어도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비상전원용 ESS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전력계통에 이상이 생겼을 때 ESS로 비상전원 공급을 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홍익대 미술강의동에 500kWh 용량의 비상전원용 ESS를 시범 구축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너지 기업,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배터리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나 ESS 모두 배터리의 비중이 워낙 커 배터리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GM, 보쉬, 도요타, 닛산, BMW, 폭스바겐 등 자동차 제조기업들도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는 전기차를 팔아도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함께 50억달러 규모 배터리 생산공장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는 건 한국에 긍정적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배터리 제조기업이 국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가 올해 1분기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를 조사한 결과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2위, 4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에 필요한 분리막 생산에 강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용 소재,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를 기준으로 제조단가가 가장 낮은 건 중국이고, 한국은 이보다 10% 정도 가격경쟁력이 밀리지만 품질이나 생산효율성 측면에선 이를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을 일찍 시작한 일본, 미국보다도 우수하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기술개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비 270억원을 들여 고밀도 배터리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kg당 150Wh 수준인 배터리 밀도를 2020년까지 2배 이상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작성 : 2017년 05월 14일(일) 13:46
게시 : 2017년 05월 17일(수) 09:16

위대용 기자 wee@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