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 전력산업)육상풍력의 메카,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바람 가득한 언덕…풍력발전 최적지 ‘대관령’
연중 일정한 풍속, 풍향, 풍질 3박자 모두 갖춰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관광자원으로도 각광
지역경제활성화 기여 방안 모색, 수용성 제고 ‘과제’









(지각변동 전력산업)육상풍력의 메카,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바람 가득한 언덕…풍력발전 최적지 ‘대관령’
연중 일정한 풍속, 풍향, 풍질 3박자 모두 갖춰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관광자원으로도 각광
지역경제활성화 기여 방안 모색, 수용성 제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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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바람은 화석연료, 원전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유용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이다.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활성화돼 있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요한 발전원이다. 낮 시간, 게다가 해가 떠 있는 맑은 날씨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과는 달리 풍력발전은 24시간,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S 연계 부분에서도 강점이 있다. 태양광의 경우 전력사용량이 많은 피크시간대에 전기를 생산, 저장했다가 수요가 줄어드는 시간에 방전해야 하지만 풍력발전은 그런 제약이 없다.
하지만 커지는 수용성 문제, 경제성 문제는 여전히 풍력발전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육상풍력의 경우 백두대간을 환경과 경관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민원이 빗발쳤고, 100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의 크기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많다. 해상풍력 또한 바다 환경이나 어업 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지난 2006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대관령 풍력단지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관광단지로 활용되고 있다. 인근에 삼양목장, 하늘목장 등이 있지만 눈에 띄는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령 목장지대는 양질의 바람, 광활한 초지, 좋은 도로 여건 등 풍력발전사업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대관령풍력발전단지로 향하는 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었다. 도로 정비와 주변 인프라 구축에 여념이 없었다. 복잡한 평창 시내를 거쳐 20여분, 멀리 산 능선을 따라 배치돼 있는 풍력발전기 몇 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세대를 위한 저탄소·친환경 대회를 표방하고 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듯한 생각이 들었다.
풍력발전단지로 향하는 입구 곳곳에 설치돼 있는 바람개비 조형물은 대관령이 가히 ‘바람의 고장’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이내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대관령목장으로 올라가는 입구다. 삼양축산이 운영하는 대관령목장은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우유를 먹이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목장 일대에 660kW급 4기, 2MW급 49기 등 총 53기의 풍력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날아갈듯한 바람…풍력발전 천혜의 조건
대관령 목장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곧장 풍력발전기가 위치한 정상으로 향했다. 해발 1150m. 등산을 했다면 서너시간은 족히 걸렸을 높이지만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버스로 올라오는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바람의 언덕이라 불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입니다. 한 여름에도 몸이 오싹할 정도에요. 오늘은 날이 흐리니 더욱 추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동행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처음 버스기사님의 친절한 안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미 오랜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답답한 감도 있었고, 시원하고 청정한 바람을 한번 맞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이러한 생각은 바로 후회로 돌아왔다.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았다.
“바람 진짜 세게 분다. 풍력발전기가 많은 이유가 있네”
같이 버스에서 내린 가족들은 드넓은 대관령 초지의 풍광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풍력발전단지를 보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대관령 지역은 연평균 초속 6.7m의 바람이 꾸준히 분다. 바람의 방향도 들쑥날쑥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서풍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서풍 비율은 90%를 넘는다. 풍력발전단지 인근 초목은 바람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 방향으로, 일정한 세기로 부는 바람. 풍력발전의 최적의 조건이다. 설비용량 100.64MW의 풍력발전소가 쉴새 없이 가동되면서 생산하는 전기는 연간 2억5000만kW 내외다.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풍력발전이 이뤄지기 위해선 바람의 속도, 방향, 질이 모두 중요하다”며 “사계절 내내 지속적으로 바람이 불어야 하고, 풍속와 풍향이 일정한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세기가 너무 강해도 풍력발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풍력발전 터빈의 경우 발전을 시작하는 풍속, 최대 발전량을 내는 풍속이 각각 정해져 있어 효용이 없을뿐더러 되려 발전기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통상 25m/s 이상의 강풍이 불면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고 브레이크를 활용해 발전기 날개를 세워둔다”며 “너무 빠르게 블레이드가 돌게 되면 회전축이나 계통 손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관령의 풍력발전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데만 이용되지 않는다. 유려한 경관과 어우러진 풍력타워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이날 삼양목장으로 견학을 온 중학생들도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업계 관계자는 “대관령풍력은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했다”며 “다만 일부 지역에선 환경 훼손을 이유로 풍력발전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달기도 한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주민 반대 지속…주민참여형으로 돌파 가능할까
대관령 외에도 강원도 지역은 풍력발전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강원도에만 약 251MW의 풍력발전설비가 설치돼 있다. 발전단지만 16개소, 설치된 발전기 수는 136기에 이른다. 바람의 섬 제주도(272.16MW)에 이어 풍력발전설비가 가장 많이 설치돼 있는 곳이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추진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자연경관 훼손, 소음·저주파 피해 등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지역주민 반대로 계류 중인 사업도 많다.
풍력업계는 100m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 경관이 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관에 대한 요소는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소음 피해의 경우 대형 풍력 발전기의 경우 500m 가량 떨어지면 45dB 수준으로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대관령풍력발전단지에서 풍력발전기 옆에 서 있을 때는 블레이드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지만 300m 가량 거리가 벌어지자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풍력발전이 일자리 창출, 주민 수익 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민원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발전연구원의 ‘강원도 에너지산업 육성방안’에 따르면 강원도내 풍력발전이 대부분 대규모 발전회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지역경제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지분에 지역주민이 일정비율 이상 참여할 경우 추가 가중치를 부여토록 운영지침을 개정키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로 조성되는 풍력발전단지에서 초기 투자금의 일부를 지역주민이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돈을 투자하고 이익을 공유하기보다 풍력발전 입지를 삶의 터전으로 공유하는 지역주민을 설계단계부터 참여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풍력업체 관계자는 “이제 보상금을 줘서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은 끝났다”며 “주민들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지역적 합의에 따라 에너지원의 종류, 규모 등을 정하게 하는 참여형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의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시민 의견에 따라 당초 일직선으로 만들려고 했던 풍력발전기 배치를 부채꼴 형태로 바꿨다”며 “총 20기의 풍력발전기 중 10기는 주민 8500여명이 직접 해상풍력단지 지분을 소유하고 전력의 판매수익과 관광수익을 배분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니슨 관계자는 “영광백수풍력발전단지의 경우 주민들이 지원금을 바탕으로 2MW급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며 수익을 공동 분배하고 있다”며 “풍력발전에 직접 참여가 어려울 경우 이런 방식을 활용하거나 초기투자금은 사업자가 부담하고 원금회수 이후 이익을 주민에게 일정부분 돌려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작성 : 2017년 05월 15일(월) 16:04
게시 : 2017년 05월 19일(금) 09:30

박경민 기자 pkm@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