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토피아)에너지신산업, 전력시장 생태계 새로 짠다

최종 종착지=판매시장 개방...민간참여 유도 소비자 선택권 넗혀
'전기'란 공공재,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
 

 에너지신산업이 전력시장의 ‘빅뱅’을 몰고올까. 요즘 에너지분야 화두는 에너지신산업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신산업을 100조 시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으며, 이를통해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을 만들고 있으며, 11월 한달간 다양한 컨퍼런스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알렸다.
현재 정부 및 공공기관 주도로 쿠킹중에 있는 에너지신산업에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하나둘씩 제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신산업의 최종 모습은 결국 판매시장 개방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소매시장에 민간 기업들이 참여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하고, 이를통해 전기소비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공급중심에서 수요관리형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큰 줄기로 보면 에너지신산업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판매시장을 완전히 개방했을 때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데 다양한 플레이어(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만, 국민들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누려야할 ‘전기’라는 공공재를 지금처럼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日, 내년 4월 80조원 소매시장 완전경쟁
전기∙통신∙가스 결합한 다양한 상품 등장

그래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이 일본의 전력시장이다. 일본은 10개의 전력회사가 각자의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시장을 만들어 왔는데 내년 4월에는 소매시장이 완전경쟁체제로 전환된다.
일본의 전력시장 자유화는 20여 년전 부터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지난 2000년 3월 전력회사가 소유한 송배전망의 사용을 자율화해 소매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했다. 이에 따라 PPS(전력사업자 및 공급자)는 2MW 이상의 초고압 수용가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04년 4월에는 소매시장이 확대돼 500kW 이상의 수용가에게도 판매가 가능하게 됐으며, 2005년 4월에는 50kW 이상의 수용가까지 소매시장이 개방됐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시장이 급변했다. 이 사고로 50기의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전기요금도 폭등했다. 정부는 소매시장 완전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각 지역을 독점하는 전력회사간 전력융통도 문제로 떠올랐다. 10개회사로 분리되어 있는 계통을 묶는 전국 단위의 광역계통운영기관(OCCTO)을 설립했으며, 2020년까지 송배전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사업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중립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미 자유화된 50kW 이상 수용가 시장이 전체 전력수요의 62%나 차지하고 있는 만큼, 2016년 4월 약 40%의 가정 수용가(8400만)를 대상으로 치열한 고객 뺏고 뺏기는 전쟁이 시작된다. 시장 규모는 7.5조 엔(한화 약 81조)에 이른다.
내년 4월 전력소매시장 개방에 대비해 신전력사업자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 86개던 사업자는 2015년 7월까지 762개로 증가했다. 사업 허가만 낸 업체도 많지만 90여개 사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신 사업자의 전력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증가해 2011년 2.33%에서 2015년 7월 현재 7.71%까지 높아졌다.
소매시장이 자유화되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전기와 유무선전화 케이블TV 등 이종 서비스 결합 사업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에는 도쿄전력과 통신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전기·통신·인터넷서비스를 한데 묶은 ‘결합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제휴를 선언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자회사인 SB Power를 설립해 소매시장에 진출했다.
전력 빅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일본전력시장 개혁에 따른 신산업 발전방향’이란 보고서를 보면 도시바와 미쓰이 부동산은 전력사용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거주자의 생활양식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들어 부엌의 전력사용 정보를 분석해 소비자가 부엌을 사용하지 않으면 음식점 우선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엌을 사용하면 식자재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쿠텐은 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해 전력수요의 예측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재생에너지의 발전예측에 맞춰 전력수급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 전력계량데이터 민간에 개방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 유도

이제 화제를 우리나라로 돌려 일본처럼 전력소매시장의 문은 열지 않았지만, ICT기술을 활용해 소매시장을 활성화 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한전의 전력사용 계량 데이터 민간 개방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2194만호 전 고객에게 AMI(지능형전력계량 인프라)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AMI는 수용가의 전력 사용 정보를 전력회사에 전송해주는 장치로 전력사용 데이터 전달은 물론, 원격부하 제어, 모니터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토록 한다. AMI로 수집한 각 가정의 전기 사용 정보는 물론 수요예측, 전력계통 운영, 수요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데 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계량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관리기구인 DMC(Date Magement center)도 구축할 계획이다. 관리주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한전이 SPC를 만들어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MI가 보급되면 더 많은 전기 계량 데이터가 수집될 텐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만큼 전력회사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민간 기업, 연구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공공재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력 계량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전력소매시장 개방의 첫 단계라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력산업 규제 개혁방안’이란 보고서에서 ‘판매 사업자의 입장에서 고객의 전력사용 패턴 및 효율적 부하관리를 통한 전기요금 절약은 판매사업 수익모델(business model)의 핵심요소가 될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전력데이터 정보 개방은 DR 및 ESS 사업 성공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기존의 규제 프레임을 전제로 할 때, 수요자원 사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판매경쟁 및 선택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전력사용에 대한 데이터정보의 개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밝히고 있다.
전력당국자 누구도 판매시장 개방이란 말을 꺼내지 않지만,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이 자신의 전기사용 패턴에 적합한 사업자를 선택하는 자율권은 도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또 정부가 발표 했듯이 2030년까지 100조 규모의 에너지신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매시장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력시장의 개방이 예전에는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면 이제는 기술변화에 따라 통신대기업은 물론 에너지분야 대기업의 에너지신시장 참여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판매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졌던 한전도 시장의 변화에 순응해 통신기업과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국내 대형 통신3사와 공동으로 전력과 ICT 융합의 신에너지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전력과 통신의 동거가 이미 시작 됐다고 보면된다.
전력산업계 관계자는 “우량 일반용 수용가를 시작으로 판매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도 전기와 통신을 한데 묶은 결합상품이 등장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경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시장 개방 단계를 1단계 154kV 수용가와 1만kW 수용가 1300개를 시작으로 2단계 154kV 수용가와 300kW 수용가, 3단계 전 수용가 확대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의 전력시장과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비교가 필요한데 일본의 전기요금이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로 높다면 우리는 원가수준에 불과하며, 현재의 여유로운 전력수급 여건도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또 판매시장 개방에 앞서 꼭 필요한 요금 자유화 및 다양한 선택요금제 도입도 필요한데 정부가 물가관리 수단으로 요금을 통제하는 상황도 고려해야한다.

작성 : 2015년 12월 03일(목) 13:46
게시 : 2015년 12월 04일(금) 08:51

유희덕 기자 yuhd@electimes.com

출처 : 전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