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산업을 이끈다) 르포- 시화 해상태양광 실증 현장을 가다

경기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시화 방조제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의미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방조제 아래에서 돌아가고 있고, 여기에서 연간 5억52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인근에는 1.5MW 규모의 풍력발전기 2기가 풍속에 따라 가동과 정지를 반복한다.
특히 최근에는 해상태양광 실증플랜트가 설치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태양광발전. 국내외에 전례 없던 해상태양광 실험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12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가량 달려 시화 방조제에 다다랐다. 11km가 넘는 방조제 위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휴게시설과 전망대, 문화관이 갖춰져 있었다. 시화지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27층 규모의 전망대는 지난 6월 개관 이래 벌써 100만명이 다녀갔다.
해상태양광 실증플랜트는 전망대에서 3분가량 차를 타고 간 곳에 있다. 수자원공사는 합천댐에 건설한 수상태양광발전설비를 방조제 안쪽 바다에도 설치해 놨는데, 10kW씩 총 20kW 규모의 플랜트가 가동 중이다. 2014년 1월에 처음 설치했다가 이듬해 3월 실증설비를 교체하고 파랑이나 해수에 의한 영향들을 살피고 있다.
“국내 저수지나 댐에는 수상태양광 발전시스템이 많이 설치됐습니다만, 아직까지 바다 위에 설치한 태양광은 전무합니다. 이 곳이 최초예요. 시화 방조제 안쪽 해상은 바다이면서도 파도가 높지 않고 바람이 적어 태양광을 설치하기에는 적격입니다.”
이날 기자를 안내한 김광렬 수자원공사 신재생에너지팀 차장은 “그러나 해상태양광이 수상태양광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댐 수면과 달리 바다에는 다양한 기상조건이 많아 태양광 하부구조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구조체를 부식시키는 염분도 문제다.
물 위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은 저수지나 다목점댐 등 수면 위에 설치한 태양광시스템이다. 물의 온도가 태양광 모듈의 온도를 낮춰주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고, 산림훼손 등의 논란에서 자유롭다.
2012년 합천댐에 국내 최초의 수상태양광단지(500kW)가 설치된 이래 수상태양광단지는 하나 둘씩 늘어났다. 현재 추풍령, 합천 등을 포함해 9개 단지가 개발돼 있으며, 발전용량은 10.1MW다. 지난해 준공된 오태·지평저수지가 각각 3MW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그 외에는 대부분 수십 킬로와트(kW) 수준이다.
해상태양광이 댐이나 저수지 위의 수상태양광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점은 파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고여있는 저수지와 달리 해상에는 파도가 치고 너울이 일어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구조적 안정성에 부담을 준다.
수자원공사가 합천 수상태양광의 실증모델을 시화 안쪽 바다에 이설한 것은, 이같은 문제들을 보완해 해상태양광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사업 모델이 개발되면 48.78㎢에 달하는 시화방조제 안쪽 바다에는 대략 2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변화 사업이 추진 중인 구역을 피해 온전히 공유수면으로 남아 있는 구역만 활용했을 경우에도 그렇다.
실증 설비에는 국내 기업인 스코트라, 청우마린, LS산전의 제품이 적용됐다. 설비를 물에 띄우는 부력체와 이를 고정시키는 구조체를 각각 다르게 시공했고, 설비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계류장치도 일반 계류장치, 중력식 계류장치, 탄성계류장치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곳은 조력발전 때문에 해수면의 높이가 4~5m씩 달라집니다. 수위가 오르락 내리락하거나 바람이 불어도 설비가 정확한 위치에 있어야 발전량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정확한 방위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계류장치를 쓰는데, 실증 설비 중 한 곳에는 탄성계류장치를 사용했습니다.”
계류장치는 수면 위의 실증 플랜트를 수면 바닥과 고정시키는 장치다. 탄성계류장치는 수위가 낮아져도 로프가 수면 아래서 꼬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순 초당 13m의 높은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 실증 플랜트 하나가 파손됐다. 파랑에 의한 너울이 구조체에 꾸준히 영향을 가해 연결부위가 약해진 것이 문제였다. 모듈과 구조체의 연결부분이 떨어져나갔다.
이를 보고도 관련부서는 크게 당혹스러워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실증 과정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 걸림돌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연결부위의 강도를 올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죠. 더 큰 문제는 사업성입니다. 경제성이 나와야 사업을 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제도적인 부분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요.”
해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내야하는데, 이는 주변 지역의 공시지가가 기준이 된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해상태양광 실증플랜트를 시화 해상에 띄워놓고 지불하는 점사용료는 매년 800만원이다. 구조체는 직접 사용료를 내고, 수면 아래로 연결된 계류장치는 간접 사용료를 낸다.
“실증설비를 거둬들이고 본 사업을 시작하면 20MW 규모의 해상 태양광설비는 매년 39억원의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지불해야합니다. 도저히 사업성이 안 나와요. 해상에서도 태양광사업이 가능해지려면 서울시의 사례처럼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면적이 아니라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밖에 해상태양광이 아직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은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현행법상 해상에 설치된 설비는 풍력만이 신재생에너지설비로 인정받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상태양광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이 법안 소위에 올라있다.
수자원공사 에너지처 관계자는 “해상 태양광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업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사업 추진과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작성 : 2015년 12월 28일(월) 11:09
게시 : 2016년 01월 04일(월) 10:26

박은지 기자 pej@electimes.com

출처: 전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