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토피아)에너지신산업 중개사업이 뜬다

고객과 고객을 이어주는 중개사업자 필요성 높아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의 대표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하면서 개별 소비자와 한전, 전력거래소 등을 이어줄 중개사업자가 뜨고 있다. 기존에는 전력공기업들이 발전과 판매를 맡았기 때문에 중개사업의 개념이 없었지만 에너지신산업의 영향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사업아이템이 등장하면서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개사업이란 말 그대로 중간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고객과 고객을 이어주는 서비스 사업이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전력산업에도 서비스업이 비집고 들어온 것. 한전이나 발전사, 전력거래소가 수용가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한계가 있는데 중개사업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수요자원거래시장(DR시장)을 이미 출범했고, 앞으로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에너지프로슈머 등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은 시범사업자를 모집 중이고, 에너지프로슈머는 이미 한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중개사업을 추진 중인 모 기업 임원은 “정부가 중개사업을 출범한다고 밝혔지만 지금 당장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며 “다만 기존의 전력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기 때문에 미리부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중개사업의 시작, ‘DR시장’ 성공적으로 안착
에너지신산업에서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중개사업은 DR시장이다. 전기를 줄일 수 있는 자원을 모집해 수요관리를 할 수 있는 DR시장은 출범 2년만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에너지신산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DR시장에서는 수요관리사업자들이 중개사업자 역할을 한다. 사업자들은 수요를 줄일 수 있는 고객을 모아 자원을 만들고 이 자원을 전력시장에서 거래한다.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소비하지는 않지만 전력거래가 가능하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에너지신산업 초기였던 2014년 11월 출범한 DR시장은 현재 3270MW에 달하는 수요자원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수요관리사업자는 15개 업체에 이른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로 아파트, 빌딩, 주택 등 일반인들도 DR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중개 역할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에 산재한 소규모 발전자원, 전력시장에 쉽게 판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21일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태양광 발전처럼 소규모로 생산한 전력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중개시장을 개설하기 위해 9월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거래소의 시범사업이 끝나면 내년 1월부터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개설할 방침이다.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은 전국에 퍼져 있는 소규모 분산자원을 모아 전력자원을 구성하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 때 분산자원을 모으는 역할을 중개사업자가 하게 된다. 대표적인 분산자원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시장에 전기를 팔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해지는 것. 중개사업자들은 소규모 분산자원을 모아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중개포털에 등록하고 전력거래를 대행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중개사업자만 통하면 되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 없이 전기를 판매할 수 있고, 소득도 얻을 수 있다. 신재생공급인증서(REC)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분산자원을 모으는 역량만으로는 중개사업자가 될 수 없다. 자원관리, 운영, 발전량 예측을 토대로 신뢰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발전량을 예측하고, 출력안정성을 담보로 할 때에만 자원으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개사업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이번 시범사업 기간 동안 중개사업자들의 역량을 검증하고, 중개 시스템, 전력거래, REC 거래·결제 등에 대한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할 중개사업자는 기술·노하우, 인력 보유 현황, 모집한 자원의 용량과 지역 배분, 사업계획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쓰고 남은 전기, 옆집으로 주는 중개사업자도 등장 예고
이웃간 전력거래를 할 수 있는 에너지프로슈머 역시 중개사업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에너지프로슈머’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남는 전기를 한전을 통해 이웃에게 판매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도 하고, 팔기도 하는 사람을 ‘에너지프로슈머’라고 말한다.
산업부는 한전의 전력거래권한을 일부 개방해 일반 소비자들도 소규모 신재생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웃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에너지프로슈머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3월 10일에는 수원 솔대마을과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첫 실증사업을 착수했고, 7월 28일부터는 한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프로슈머가 인근 소비자에게 전기를 팔기 위해선 거래를 주선하는 중개사업자가 필요하다. 개인이 신청해도 되지만 자신이 어떤 이웃에게 전기를 판매할지 알아서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히 거래여부만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과거 사용량과 발전량 정보를 분석해 거래로 인한 편익을 계산해 한전에 제출해야 하는데 일반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에너지프로슈머와 소비자를 발굴해 한전에 신청하는 역할을 하는 에너지프로슈머 중개사업자의 필요성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수요관리사업자들은 DR시장에서 자원을 모아 본 경험이 있고, ‘지능형전력망법’상으로 자격도 갖추고 있어 에너지프로슈머 중개사업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요관리사업자 중에는 에너지프로슈머 중개사업 진입을 위해 준비에 나선 곳도 있다. 현재로선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향후 대형 프로슈머와 소비자를 발굴한다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성 : 2016년 08월 04일(목) 13:29
게시 : 2016년 08월 05일(금) 10:38

위대용 기자 wee@electimes.com